본문 바로가기
일상(Ordinary)/임신,출산,육아(Pregnancy,Birth,Parenting)

[출산 이야기] 유도분만 실패, 그리고 응급제왕절개 후기 (선불제, 후불제 둘 다 겪은 썰...)

by 노란수선화님 2024. 3. 21.
반응형

 
 
 
임신 마지막 달이 되면서 몸은 급격히 무거워지고, 격렬한 태동과 불편함 그리고 허리 통증, 또 뭐가 있을까요. 잦은 화장실, 불면증, 역류성 식도염, 비염까지 모든 내 몸의 반응이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임신 39주 차 임산부로서의 마지막 검사를 받으러 병원을 방문하였습니다. 
 
 

산부인과 병원 로비

 
 

임신 39주차 5일

 
 
바로 임신 39주차 5일이 되는 날, 태동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마치고, 의사 선생님과의 진료 중 유도분만 일정을 잡을 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을 여쭈어보았습니다.
 
선생님, "우리 아가는 아직 엄마 뱃속이 좋은가 보네요~ 나올 생각이 없다~~ 40주 차 넘어갈 수도 있는데, 41주 차를 넘어가면 그때는 유도 또는 수술해야 할 수도 있어요~"
나, "선생님, 저도 뱃 속에 더 데리고 있고 싶은데, 제 몸이 더 이상 안될 것 같아요.. 유도분만 일정을 잡았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우리 엄마가 원하면 유도분만을 시도할 순 있는데, 확률은 50 대 50이에요. 상황에 따라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고, 유도분만 했을 때 1박 2일 정도 걸릴 수 있을 거예요. 2일이 넘어가면 그때도 수술해야 해요. 날짜는 언제로 할까? 내일 방 뺄까~?"
나, "??????????!!!!!!!! 아, 당장 내일은 제가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고요.. 3일 뒤로 일정 잡고 싶어요! 그리고 유도분만 시도하다가 만약의 상황이 생기면 선생님 진단에 따를게요..!"
 
예정일이 다가오도록 우리 아가는 엄마 뱃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라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임신 막달이 되면 태동도 줄어든다던데, 너무 격렬했던 우리 아가..  이제 세상 밖으로 나와서 자유롭게 움직이자!
 
 

출산 당일

 
 

산부인과 분만센터 & 입원병동

 
 
창원 라움산부인과를 다니고 있었고, 출산 당일 아침 8시에 시작(?)하기로 하여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를 위해 오전 7시 50분까지 병원 로비로 왔습니다. 보호자는 1명만 가능했고, 산모와 보호자 모두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검사 결과 확인을 위해 10분 대기 후에 분만센터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분만실

 
 
보호자는 보호자 대기실에서 잠시 대기하고, 산모는 산모복으로 탈의하기 위해 먼저 분만실로 들어갔습니다.  비몽사몽 아무 생각 없다가 막상 분만실 들어오니, 기분이 묘해졌습니다. 우리 아가를 곧 만난다는 생각 때문에 설렘 반, 출산 과정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으로 긴장도 들었습니다. 
 
출산 당일 아침은 아주 간단하게 가능하다고 하였는데, 유도분만 실패 후 수술에 대한 가능성 때문에 아침 사과 두세 조각 정도만 먹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보호자는 옆에서 자리를 지켜야 하니, 든든하게 끼니 챙기길 추천합니다. 어차피 산모는 출산 직전에 입맛이 없어져요...!
 
 

분만실에 누워있던 나

 
 
분만실에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고, 병실 침대에 누운 후 간호사님을 호출하면 태동검사 때와 동일하게 아가 심장 박동과 진통을 확인할 수 있게 배에 부착(?) 해 줍니다. 그리고 수액(영양제도 추가했음)을 매달고, 관장도 합니다. 처음 해보는 관장도 아니지만, 할 때마다 괴로운 것 같습니다. 5분 후에 화장실 가라고 하지만, 3분쯤 버티면 미칠 것 같은 신호가 옵니다. 링거를 맞고 있는 상태니, 미리 화장실에 가서 괄약근 힘주고, 조금 더 버텨봅니다. 그렇게 관장까지 마치고 나면, 무통주사(선택 가능한데, 필수라고 생각합니다!)를 위해 등을 내어줍니다. 최대한 새우 모양으로 몸을 말아주면 굉장히 고통스러운 주삿바늘을 꼽고, 얇은 관을 연결했던 것 같습니다. 
 
 

분만실에서 출산 준비하는 과정

 
 

유도분만, 그리고 제왕절개

 
 
분만실에 들어가기 전 간호사님이 유도분만에 관하여 안내 및 주의 사항을 설명해 줍니다. 만일을 대비해야 하니, 최악의 상황까지 모두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분만실로 이동하여 출산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됩니다. 준비가 어느 정도 되고 나면, 내진을 받게 됩니다. 의사 선생님, 간호사님이 여러 차례 내진을 하시는데, 이 때부터는 부끄러움도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기억이 약간 흐릿해졌는데, (벌써?) 유도분만 주사를 놓고, 진통 추이를 확인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내진을 통해 자궁 문이 얼마큼 열렸는지도 확인했습니다. 오전 8시 55분부터 본격적인 출산 과정의 시작이라고 치고, 오전 11시쯤 진통 강도가 어느 정도 상승하고, 오전 11시 10분경, 내진했을 때 자궁 문이 1.5~2cm 정도 열렸습니다. 그렇게 점점 진통의 강도는 올라가고, 오후 1시 53분경, 왈칵하는 느낌이 들면서 양수가 터졌습니다. 그리고 바로 내진했는데, 여전히 자궁문은 이전과 동일하였습니다. 진통의 강도는 점점 올라가고 있었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이 왔다가 살짝 진정되었다가를 반복하였습니다.

오후 2시 20분경, 항생제 반응 테스트를 진행하고, 20분 뒤 항생제 투여하였습니다. 과정 중에 양수는 계속 새고 있었는데, 추가 내진 했을 때 여전히 자궁 문은 3cm 밖에 열리지 않아서 선생님 표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오후 3시 20분경,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결정하게 되었고, 10분 뒤 보호자가 대신하여 수술 동의서 작성 및 주의 사항, 영양제 & 페인버스터 & 켈로이드 방지 시술(?) 등 결정해 줬습니다. 보호자는 남편이었는데, 할 수 있는 좋은(?) 것들은 다 해달라고 하고 왔다 하더라고요.

보호자의 할 일을 하는 동안 산모는 제왕절개를 진행하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브라질리언 왁싱을 따로 하지 않아서 간호사님이 슥슥 정리해주셨고, 무통주사관을 제거하고, 수액이 교체되었습니다. 그리고 수술실로 걸어가 오후 3시 50분경 수술이 시작되었습니다.


제왕절개 과정



수술대 위에 올라가 누웠고, 하반신 마취를 위해 새우 모양으로 몸을 누웠습니다. 등 쪽에 주사를 놓는데 뭔가 문제가 있었는지 바늘을 7차례나 찔렸었습니다. 수술로 결정되면서 이미 멘탈이 나가있었는데, 바늘까지 여러 번 찔리니 아파죽겠고, 정신이 혼미해지더라고요. (솔직히 최악의 경험..) 그렇게 힘겹게 하반신 마취를 하고, 초록색 수술실용 천이 주위를 감싸며 수술이 임박했음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아기를 꺼내고, 산모가 아기를 확인한 뒤에 수면 마취를 하고, 수술 마무리를 진행하지만 무너진 멘탈과 극도의 긴장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던 나는 수술 시작과 동시에 수면 마취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가의 첫 모습을 마주하지는 못했습니다.

오후 4시가 넘어서 우리 아가는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밖에서 대기하던 보호자가 우리 아가를 만났고, 감격스러웠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반가워 우리 아들

 

수술 회복



오후 5시 40분쯤 되어서 마취에서 깨어났다고 했습니다. 수술실 나와서 병실로 이동하는 과정의 기억이 정확하게 나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한 시간쯤 뒤부터 다리가 살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얼얼한 느낌에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취가 풀리는 느낌이 든 그 순간부터 달달 다리를 떨며, 움직이려 노력했습니다. 수면마취로 수술을 진행하는 바람에 우리 아가를 만나지 못한 슬픔이 너무 커서 빨리 회복하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습니다.


까닥까닥 움직이기


하반신이 없는 느낌이 들었고, 마취가 서서히 풀리면서 수술 부위 통증이 엄청났습니다. 살살 움직여야 한다고 해서 움직여보려 노력하는데, 정말 아팠습니다. 침대에 안심 패드가 깔려있고, 오로는 와르르 나오는 상황이었는데 내 감각은 온전치 않고, 통증은 말 못 하겠던 그런 상태였습니다.


수액, 무통주사, 페인버스터



그 아픈 와중에도 사진은 찍어놓겠다며, 대충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통증을 참기 어려우면 무통주사 버튼?을 누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주사가 제대로 들어가는 건지 아닌지 눌러도 아픈건 똑같았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제왕절개 이후 회복 과정이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수술한 산모는 움직일 수 없어서 수술 당일 신생아 면회가 불가능하였고, 보호자(남편)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우리 아가 만나러 가고 싶어 미친듯이 회복에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밤 10시쯔음 항생제와 진통제 주사를 맞았고, 다음 날 새벽 중간중간 간호사님과 보호자의 케어를 받았습니다.

수술 2일차, 새벽 1시경 첫 방귀 성공하였고, 의사 선생님 오전 8시경 회진으로 수술 경과 확인하였습니다. 오전 9시쯤 항생제와 진통제 투여받고, 소변양이 적어 이뇨제 주사까지 맞았습니다. 그리고 오전 10시쯤 소변줄을 제거하였고, 그 이후로 살살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수술 1~2일차 동안 안심 패드는 3장 정도 사용하였고, 소변줄을 빼고 나서는 팬티형 생리대를 착용하였습니다. 침대에 패드만 깔려있을 때 마이비데 물티슈로 빠져나온 오로를 닦았는데, 이마저도 힘에 겨워 남편이 도와줬습니다. (고마워 남편 😭)
소변줄을 제거한 뒤 변기에서의 첫 소변은 정오 무렵이었습니다. 이때도 정말 괴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몸에서 땀이 많이 나서 환자복(산모복)이 다 젖을 정도였습니다. 주기적인 시간별로 간호사님들이 오셔서 수액 확인 및 교체, 주사 투여, 체온 및 혈압 체크를 해주십니다. 불편하거나 심하게 아플 땐 호출도 가능했습니다.





제왕절개 후에 건강하게 회복하려면 조금씩 천천히 무리하지 않게 걷기 운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 아가를 빨리 만나러 가기 위해서 더욱 필사적으로 움직이며, 회복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마무리하며..



자연분만은 선불제, 제왕절개는 후불제라고 많이들 이야기 합니다. 유도분만을 시도할 경우 선불, 후불 모두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나는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진통이 더 심해지기 전에 (사실 양수가 많이 빠져 위험할 수 있었음) 제왕절개로 결단을 내렸는데, 아가와 나 모두 위험해질 순 없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제왕절개는 수술 후 첫 날이 가장 아프고, 힘들고, 괴로웠던 것 같습니다.

임신 기간, 출산, 산후조리 모두 창원 라움 산부인과 및 라움 산후조리원에서 하였는데, 특히 수술 전후 산모 케어에 신경 써주신 의사 선생님, 간호사선생님들 모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출산 후 입원 병동에서 5박 6일을 지냈고, 조리원에서는 13박 14일을 지냈었습니다. 관련 후기 및 비용 등 여러 정보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이 세상 모든 엄마들 화이팅 💜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이며, 내 돈 내산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반응형

댓글